사료 고를 때 보호자가 먼저 보는 5가지 숫자

1. 보호소에서 제일 많이 보는 건 설사와 눈물 자국입니다
주말 아침 견사 청소를 하다 보면 사료가 아이 몸에 맞는지 꽤 빨리 보입니다. 변이 너무 묽거나 냄새가 갑자기 심해진 아이, 눈가가 축축해져 털이 갈색으로 변한 아이가 눈에 들어오거든요. 물론 사료 하나로 전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기생충, 감염, 스트레스, 알레르기, 췌장 문제까지 원인은 많습니다. 그래서 2일 이상 설사가 이어지거나 피가 섞이거나 구토, 무기력, 식욕 저하가 같이 오면 사료 바꾸기보다 병원부터 가야 합니다.
제가 보호소에서 배운 건 단순합니다. 사료는 광고 문구보다 성분표와 아이 몸 반응을 같이 봐야 합니다. “프리미엄”, “홀리스틱”, “휴먼그레이드” 같은 말은 포장 앞면에 크게 쓰이지만, 실제로 먹는 건 뒷면에 적힌 원료와 영양 수치입니다.
2. 조단백·조지방 숫자부터 봅니다
건사료 봉투 뒷면에는 보통 조단백, 조지방, 조섬유, 조회분, 수분이 적혀 있습니다. 성견 기준으로 조단백은 대략 18% 이상, 성장기 강아지는 22% 이상을 많이 봅니다. 고양이는 개보다 단백질 요구량이 높아서 성묘 기준 26% 이상, 성장기 고양이는 30% 이상을 기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숫자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신장 질환, 간 질환, 췌장염 병력이 있는 아이는 수의사와 식단을 맞춰야 합니다.
조지방은 에너지와 관련이 큽니다. 활동량이 적은 중성화 성견은 지방이 너무 높은 사료를 먹으면 체중이 빨리 붙습니다. 저는 보호소 아이들 중 살이 잘 찌는 성견에게는 조지방 10~15% 정도의 사료를 먼저 봅니다. 반대로 마른 아이, 회복 중인 아이, 성장기 아이는 지방이 너무 낮으면 체중 회복이 더딜 수 있습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숫자만 보고 낮은 지방을 고르는 것보다 체형, 활동량, 중성화 여부를 같이 봐야 합니다.
3. 원료명은 첫 5개를 천천히 읽습니다
사료 원료는 보통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 5개 원료를 먼저 봅니다. “닭고기”, “연어”, “칠면조”처럼 동물성 단백질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으면 확인이 쉽습니다. 반면 “육류 부산물”, “동물성 단백질”처럼 뭉뚱그려 적힌 표현은 어떤 동물인지, 어느 부위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부산물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장류도 영양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민감한 아이에게는 원인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곡물도 비슷합니다. 쌀, 귀리, 보리처럼 원료가 명확하면 판단하기 편합니다. “그레인프리”라고 해서 늘 더 건강한 것도 아닙니다. 곡물 알레르기가 확인된 아이에게는 필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단백질이나 환경 요인이 더 흔합니다. 특히 개에서 그레인프리 사료와 심장 질환 관련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심장병 병력이 있거나 대형견이라면 병원에서 식단을 한번 확인하는 게 낫습니다.
4. 사료를 바꿀 때는 최소 7일을 씁니다
입양 간 아이가 새 집에서 바로 설사했다는 연락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낯선 환경, 물, 간식, 긴장도 원인이지만 사료를 갑자기 바꾼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저는 보통 7~10일에 걸쳐 바꾸라고 말합니다. 첫 2~3일은 기존 사료 75%, 새 사료 25%. 다음 2~3일은 반반. 그다음은 기존 사료 25%, 새 사료 75%. 변이 괜찮으면 완전히 넘어갑니다.
중간에 변이 묽어지면 하루 이틀 전 비율로 돌아가도 됩니다. 단, 물설사처럼 흐르거나 하루 3회 이상 반복되거나 피, 구토, 처짐이 보이면 기다리지 말고 진료가 먼저입니다.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는 탈수가 빠릅니다. 특히 6개월 미만 아이는 “좀 지켜보자”가 위험해질 때가 있습니다.
5. 급여량은 컵보다 몸무게와 체형으로 봅니다
사료 봉투에 적힌 급여량은 출발점이지 정답은 아닙니다. 같은 5kg 강아지라도 하루 종일 뛰는 아이와 산책을 싫어하는 아이의 필요 열량은 다릅니다. 중성화 후에는 기초대사량이 줄어 체중이 붙기 쉬워서 급여량을 10~20% 줄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갑자기 많이 줄이면 배고픔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으니 체중을 2주 단위로 재면서 조절하는 편이 낫습니다.
체형은 갈비뼈로 봅니다. 손으로 옆구리를 만졌을 때 갈비뼈가 살짝 느껴지면 대체로 괜찮습니다. 눈으로 갈비뼈가 도드라지면 마른 편이고, 손으로 눌러도 갈비뼈가 잘 안 잡히면 살이 오른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고양이는 배 아래 늘어진 살 때문에 헷갈리기도 해서 위에서 봤을 때 허리선, 옆에서 봤을 때 복부 라인을 같이 봅니다.
보호자가 직접 확인할 것들
사료 봉투를 볼 때
- 개봉 후 4~6주 안에 먹을 수 있는 용량인지 확인합니다.
- 제조일과 유통기한을 봅니다. 유통기한만 길다고 신선한 건 아닙니다.
- 원료 첫 5개와 조단백, 조지방 수치를 같이 봅니다.
- 특정 질환이 있으면 처방식 여부를 병원에서 먼저 확인합니다.
먹인 뒤 관찰할 것들
- 변 상태가 3일 이상 계속 무른지 봅니다.
- 귀를 자주 긁거나 발을 핥는 횟수가 늘었는지 봅니다.
- 체중이 한 달에 5% 이상 갑자기 늘거나 줄면 기록합니다.
- 물을 마시는 양이 갑자기 늘면 사료 문제로만 넘기지 않습니다.
솔직히 사료는 비싸다고 늘 맞는 것도 아니고, 유명하다고 내 아이에게 편한 것도 아닙니다. 보호소에서도 같은 사료를 먹고 한 아이는 멀쩡한데 다른 아이는 변이 무너지는 걸 자주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료를 고를 때 이름보다 숫자, 숫자보다 아이 몸의 반응을 봅니다. 잘 먹고, 잘 싸고, 피부가 편하고, 체중이 천천히 안정되는 사료.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현실적인 좋은 사료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