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고를 때 꼭 보는 5가지 숫자, 보호소에서 배운 기준

얼마 전 보호소에서 새로 들어온 강아지 밥그릇을 치우는데, 변 상태가 하루 사이에 확 달라진 아이가 있었습니다. 전날까지는 모양이 잡혔는데 사료가 바뀐 뒤로 묽어졌더라고요. 이런 일을 자주 봅니다. 사료는 그냥 배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피부와 변, 체중, 기운에 꽤 빠르게 흔적을 남깁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보호소에서 8년째 견사 청소하고 산책 돌리며 본 경험을 바탕으로 말합니다. 구토가 반복되거나 설사에 피가 섞이거나, 식욕이 24시간 이상 뚝 떨어진다면 사료 탓으로만 넘기지 말고 병원에 가야 합니다.
1. 조단백과 조지방 숫자부터 봅니다
사료 봉투 뒷면에는 보통 조단백, 조지방, 조섬유, 조회분, 수분이 적혀 있습니다. 성견용 건사료 기준으로 조단백은 대략 18% 이상, 조지방은 5% 이상이면 AAFCO 최소 기준에 들어갑니다. 성장기 강아지는 단백질 22% 이상, 지방 8% 이상이 기준으로 잡힙니다.
그런데 숫자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활동량이 낮은 성견에게 지방 18~20% 사료를 계속 먹이면 살이 쉽게 붙습니다. 반대로 마른 편이고 산책량이 많은 아이는 지방 10% 안팎의 저지방 사료만 먹으면 체중이 잘 안 오를 수 있습니다.
보호소 아이들은 운동량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입소 직후 긴장해서 밥을 못 먹는 아이도 있고, 적응 뒤에는 급하게 먹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료를 볼 때 숫자만 보지 않고 체형점수도 같이 봅니다. 갈비뼈가 손끝에 살짝 만져지고 위에서 봤을 때 허리가 들어가면 대체로 괜찮은 편입니다.
2. 원료명은 앞 5개를 먼저 읽습니다
사료 원료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앞 5개가 중요합니다. 닭고기, 연어, 칠면조, 쌀, 귀리처럼 재료가 비교적 분명하면 보호자가 판단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육류 부산물’, ‘동물성 유지’처럼 너무 넓게 적힌 원료가 앞쪽에 많으면 저는 한 번 더 따져봅니다.
부산물이 전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간이나 심장 같은 장기는 영양가가 있습니다. 다만 어떤 동물의 어떤 부위인지 알기 어렵다면 알레르기나 민감성 문제를 추적하기가 힘듭니다. 실제로 보호소에서도 닭 단백질이 의심돼 다른 단백질원으로 바꿨더니 긁는 횟수가 줄어든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건 제 경험이고, 피부병 진단은 병원에서 해야 합니다.
곡물도 무조건 피할 대상은 아닙니다. 쌀, 보리, 귀리 같은 탄수화물은 에너지원이 됩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잘 소화하는지입니다. 사료를 바꾼 뒤 귀가 빨개지고, 발을 심하게 핥고, 설사가 이어진다면 원료표를 들고 병원 상담을 받는 게 낫습니다.
3. 칼로리는 100g당 숫자로 비교합니다
사료마다 급여량이 다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칼로리입니다. 보통 포장지에 kcal/kg 또는 kcal/cup으로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3,600kcal/kg이라면 100g당 360kcal입니다. 4,200kcal/kg 사료는 100g당 420kcal라서 같은 100g을 먹여도 열량 차이가 꽤 큽니다.
체중 5kg 성견이라고 모두 같은 양을 먹는 건 아닙니다. 중성화 여부, 나이, 산책량, 실내 생활 시간이 다릅니다. 대략적인 유지 에너지는 몸무게를 기준으로 계산하지만, 실제 급여량은 2주 단위로 체중과 변 상태를 보면서 조절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체중이 2주에 3~5% 이상 늘면 급여량을 줄일지 확인합니다.
- 갈비뼈가 잘 안 만져지고 허리가 사라지면 과급여 가능성이 큽니다.
- 활동량이 늘었는데 체중이 빠지면 급여량이나 건강 상태를 같이 봐야 합니다.
살 빼야 하는 아이에게 간식까지 그대로 주면서 사료만 바꾸면 잘 안 됩니다. 간식은 하루 총칼로리의 10% 안쪽으로 잡는 게 보통 권장됩니다. 보호소에서는 훈련 간식을 작게 잘라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칭찬은 자주 하되, 열량은 조용히 쌓입니다.
4. 사료 교체는 최소 7일은 잡습니다
사료를 갑자기 바꾸면 멀쩡하던 아이도 설사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7~10일 정도 섞어서 바꾸는 쪽을 권합니다. 첫 2~3일은 기존 사료 75%, 새 사료 25% 정도로 시작하고, 괜찮으면 50대 50, 그다음 25대 75로 넘어갑니다.
근데 이미 구토나 심한 설사가 있는 상황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때는 인터넷 글 보고 사료를 이것저것 바꾸는 것보다 병원이 먼저입니다. 특히 어린 강아지, 노령견, 지병 있는 아이는 탈수가 빨리 옵니다. 물을 못 마시거나 축 처지면 기다릴 일이 아닙니다.
사료 교체 중에는 변을 봐야 합니다. 색보다 더 중요한 건 형태와 횟수입니다. 하루 1~2회 보던 아이가 4~5회 묽은 변을 본다면 속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새 사료 비율을 다시 낮추거나 멈추고 상태를 보는 게 낫습니다.
5. 비싼 사료보다 맞는 사료가 오래 갑니다
솔직히 보호소에서는 최고가 사료만 먹일 수 없습니다. 후원 사료가 들어오면 성분표를 보고, 아이 상태를 보고, 가능한 범위에서 나눕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건 단순합니다. 비싼 사료도 어떤 아이에게는 안 맞고, 평범한 가격대 사료도 어떤 아이에게는 변과 피부가 안정적입니다.
사료를 고를 때 저는 세 가지를 같이 봅니다. 첫째, 아이가 잘 먹는지. 둘째, 변이 안정적인지. 셋째, 체중이 적정하게 유지되는지. 여기에 피부, 귀, 입 냄새, 털 빠짐 같은 신호를 붙여서 봅니다.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자주 빗나갑니다.
유기견 입양 초기에 사료를 급하게 바꾸는 보호자도 많습니다. 좋은 걸 먹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다만 입양 첫 1~2주는 집, 사람, 소리, 산책길이 전부 바뀌는 시기입니다. 가능하면 기존에 먹던 사료를 조금 받아와서 천천히 전환하는 편이 아이한테 덜 부담스럽습니다.
사료는 보호자가 매일 하는 선택입니다. 화려한 광고 문구보다 봉투 뒤 작은 숫자를 읽는 습관이 더 오래 갑니다. 아이가 남기는 신호를 보고, 이상하면 빨리 병원에 연결하는 것. 보호소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보며 제가 제일 자주 되새기는 것도 결국 그쪽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