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고를 때 보호소 봉사자가 먼저 보는 5가지 숫자

지난주 보호소 견사 청소를 끝내고 밥그릇을 걷는데, 한 아이가 새 사료로 바뀐 뒤 변이 묽어져 바닥까지 더럽힌 일이 있었습니다. 보호소에서는 사료 한 포대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아이들 컨디션이 꽤 달라집니다. 집에서도 같습니다. 사료는 예쁜 포장이나 ‘프리미엄’ 문구보다, 성분표와 급여량을 보는 일이 먼저입니다.
저는 수의사는 아닙니다. 8년 동안 보호소에서 먹이고, 치우고, 산책시키며 본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 피부병, 구토, 설사, 체중 급감처럼 질병이 의심되는 상황은 사료만 바꿔 해결하려 하지 말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1. 첫 줄 원료보다 ‘완전균형’ 표시부터 봅니다
사료 봉투에서 가장 먼저 볼 건 닭고기, 연어, 오리 같은 이름이 아닙니다. 저는 먼저 ‘완전균형사료’인지 확인합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간식처럼 먹는 보조식만으로 오래 버티면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주식으로 먹일 사료라면 성장기용, 성견용, 전연령용처럼 대상이 분명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는 성견·성묘보다 에너지와 단백질 요구량이 높습니다. 반대로 노령 아이는 치아, 신장, 체중 상태에 따라 같은 사료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전연령’이라고 쓰여 있어도 내 아이에게 맞는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2kg 어린 고양이와 8kg 비만 고양이가 같은 양을 먹으면 당연히 문제가 생깁니다.
2. 조단백·조지방 숫자는 나이와 몸상태에 맞춰 봅니다
보호소에서 마른 아이가 들어오면 다들 많이 먹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고지방 사료를 많이 주면 설사부터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분표의 조단백, 조지방은 기본 숫자입니다. 성견용 건사료는 대략 조단백 18% 이상, 성장기용은 22% 이상인 제품이 흔합니다. 고양이는 육식성이 강해서 성묘용도 조단백 26% 이상인 제품이 많습니다.
조지방은 활동량과 체중을 같이 봐야 합니다. 산책을 하루 2번 이상 하고 마른 개라면 지방 14~18%대가 맞을 수 있지만, 중성화 후 활동량이 적고 살이 붙는 아이에게는 부담일 수 있습니다. 고양이도 중성화 뒤 3~6개월 사이 체중이 빨리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급여량을 그대로 두면 금방 배가 나옵니다.
- 마른 아이: 체중 증가가 필요한지 먼저 병원에서 확인
- 비만 아이: ‘라이트’ 문구보다 실제 칼로리 확인
- 노령 아이: 단백질 제한이 필요한 질환은 병원 판단 우선
3. 칼로리는 100g당 kcal로 계산합니다
사료 봉투에 적힌 급여량 표는 평균값입니다. 저는 입양 상담할 때 꼭 100g당 칼로리를 보라고 말합니다. 같은 종이컵 한 컵이어도 어떤 사료는 320kcal, 어떤 사료는 420kcal입니다. 하루 100g을 먹는 작은 개라면 차이가 100kcal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매일 간식을 하나 더 먹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5kg 중성화 성견이 실내에서 조용히 지낸다면 하루 필요 열량이 대략 300~400kcal 사이에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나이, 근육량, 산책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료가 100g당 380kcal라면 하루 80~100g 사이에서 시작해 2주 단위로 체중과 변 상태를 보는 식이 현실적입니다.
고양이는 더 예민합니다. 4kg 실내 성묘가 하루 180~240kcal 정도에서 유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료 자율급식을 하면 금방 넘습니다. 보호소에서도 고양이 방은 밥그릇을 넉넉히 두면 약한 아이는 못 먹고, 식탐 많은 아이가 더 먹는 일이 생깁니다. 집에서도 다묘 가정이면 개별 급여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4. 사료 교체는 최소 7일, 예민하면 14일 잡습니다
사료를 바꿀 때 가장 흔한 실수가 ‘좋은 사료니까 바로 바꿔도 되겠지’입니다. 보호소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후원 사료가 들어와 급히 바꿨다가 묽은 변이 줄줄 이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사료가 나빠서라기보다 장이 적응할 시간이 없어서 그럴 때가 많습니다.
보통은 기존 사료 75%와 새 사료 25%로 2~3일, 반반으로 2~3일, 기존 25%와 새 사료 75%로 2~3일, 그다음 전환하는 방식이 무난합니다. 장이 예민한 아이는 이 과정을 10~14일로 늘립니다. 중간에 구토가 반복되거나 물설사가 하루 이상 이어지거나 피가 섞이면 멈추고 병원에 가야 합니다.
5. 좋은 사료보다 ‘잘 맞는 사료’가 오래 갑니다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사료가 내 아이에게도 맞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떤 아이는 곡물이 들어간 사료를 잘 먹고 변도 좋습니다. 어떤 아이는 특정 단백질원에서 가려움이나 설사를 보입니다. 알레르기가 의심되면 닭, 소, 생선 같은 단백질을 마음대로 돌려가며 시험하기보다 병원에서 제한식이나 처방식 상담을 받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집에서 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2~4주 동안 식욕, 변 모양, 피부 긁는 횟수, 귀 냄새, 체중을 봅니다. 변은 집게로 집었을 때 형태가 유지되고 바닥에 심하게 묻지 않는 정도가 좋습니다. 체중은 매주 같은 시간에 재는 게 낫고, 갈비뼈가 손끝에 느껴지되 눈으로 도드라지지 않는 정도를 목표로 봅니다.
사료는 사랑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일 반복되는 관리입니다. 비싼 제품을 사는 것보다 내 아이가 몇 kcal를 먹는지, 변이 어떤지, 살이 찌는지 마르는지 계속 보는 사람이 더 중요합니다. 보호소에서 오래 지켜본 아이들도 결국 그런 꾸준한 관찰을 해주는 집에 갔을 때 가장 안정적으로 변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