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괭이를 지키려면 알아야 할 5가지 현실

보호소 견사 바닥을 물청소하다 보면, 뉴스에서 본 상괭이 사체 사진이 자꾸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제 눈앞에서 밥을 먹고 짖고 숨지만, 상괭이는 바다에 있어 잘 안 보일 뿐 같은 생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귀엽게 웃는 얼굴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냥 ‘웃는 돌고래’로 소비하기엔, 지금 상황이 꽤 무겁습니다.
1. 상괭이는 돌고래가 아니라 쇠돌고래과 고래입니다
상괭이는 등지느러미가 거의 없고 몸이 둥글둥글해서 멀리서 보면 물 위에 회색 등이 살짝 올라왔다 사라지는 정도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 연안, 중국, 일본 주변 얕은 바다에 사는 좁은이랑상괭이류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고, 학명은 Neophocaena asiaeorientalis로 다뤄집니다.
크기는 보통 성체가 1.5m 안팎, 몸무게는 대략 30~60kg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깊은 외해보다 수심 50m 이하의 연안, 강 하구, 만처럼 사람의 어업 활동과 겹치는 곳을 많이 씁니다. 그래서 문제도 멀리 있는 포경선보다 가까운 그물, 항만 공사, 선박, 오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숫자로 보면 귀여움보다 위험이 먼저 보입니다
IUCN 고래류 전문가그룹 자료에서는 좁은이랑상괭이를 멸종위기 Endangered로 평가합니다. 플랜오션 자료도 한국 서해 일부 해역에서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약 70% 감소가 보고되면서 해양보호생물 지정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숫자는 ‘바다에 많겠지’라는 감각을 깨뜨립니다.
제가 보호소에서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공고 사진 한 장만 보면 한 아이의 사정이 다 보이지 않습니다. 상괭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변에 떠밀려 온 한 마리 뒤에는 보이지 않는 혼획, 먹이 부족, 서식지 압박이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과 조사 없이는 단정하면 안 됩니다.
3.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혼획입니다
상괭이는 물고기를 잡으려던 그물에 우연히 걸려 죽는 일이 많습니다. IUCN SSC 자료는 한국에서 안강망 같은 어업의 혼획이 주요 위협으로 꼽히며, 해마다 수천 마리 수준의 폐사가 발생한다고 언급합니다. 이 숫자는 발표 기준과 조사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사람을 피해서 먼바다로 가면 되는 동물이 아니라, 원래 사람의 생활권과 겹치는 얕은 바다에 사는 동물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 낚싯줄이나 폐그물은 바다동물에게 직접적인 덫이 됩니다.
- 항만 개발과 매립은 얕은 연안 서식지를 줄입니다.
- 빠른 선박 운항은 충돌 위험과 소음 스트레스를 키울 수 있습니다.
- 바다 쓰레기는 먹이 생물과 서식 환경을 함께 망가뜨립니다.
다행히 혼획 저감장치, 탈출장치, 음향장치 같은 방법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어민의 생계와 충돌하지 않게 설계해야 오래 갑니다. 보호소에서도 입양 조건을 너무 이상적으로만 말하면 실제 가정에서 무너지는 걸 봤습니다. 동물 보호는 현실의 숫자, 비용, 노동을 같이 봐야 합니다.
4. 해변에서 상괭이를 봤을 때 할 일 3단계
살아 있는 개체라면 만지지 않는 게 먼저입니다
해변에 살아 있는 상괭이가 올라와 있으면 물을 뿌려야 할 것 같고, 바다로 밀어 넣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무리하게 움직이면 호흡, 체온, 외상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사람도 다칠 수 있습니다. 해양동물 구조는 장비와 경험이 필요한 일입니다.
- 1단계: 거리를 두고 사람과 반려견이 접근하지 못하게 합니다.
- 2단계: 발견 위치, 시간, 상태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깁니다.
- 3단계: 해양경찰 119 또는 관할 지자체, 해양동물 구조기관에 신고합니다.
죽은 개체도 함부로 만지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감염 위험도 있고, 사인 조사를 위해 위치와 상태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보호소에서도 아픈 아이를 발견하면 제가 약을 임의로 먹이지 않습니다. 체온, 식욕, 호흡 같은 관찰값을 적고 병원으로 넘깁니다. 바다동물도 같은 태도가 필요합니다.
5.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작지만 꽤 구체적입니다
상괭이를 위해 우리가 당장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첫째, 낚시 후 낚싯줄과 바늘을 반드시 회수합니다. 둘째, 바닷가에서 비닐, 마스크, 플라스틱 포장재를 두고 오지 않습니다. 셋째, 해산물을 살 때 지역과 어획 방식에 관심을 둡니다. 완벽한 소비는 어렵지만, 혼획 저감 장비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요구하는 소비자는 늘어날수록 힘이 생깁니다.
아이와 함께 바다에 간다면 ‘웃는 얼굴이라 귀엽다’에서 끝내지 말고, 상괭이가 포유류라서 폐로 숨 쉬고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는 이야기까지 해주면 좋습니다. 반려동물 교육도 비슷합니다. 귀엽다는 감정은 출발점으로 충분하지만, 밥값, 병원비, 산책 시간, 배변 관리까지 이어져야 진짜 관계가 됩니다.
참고한 공개 자료는 IUCN SSC Cetacean Specialist Group의 2025년 상괭이 보전 활동 글, IUCN WCC 2020 Rec 094, 플랜오션 FPCN 자료입니다. 주소는 각각 iucn-csg.org, portals.iucn.org, planocean.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보호소에서 개와 고양이를 주로 돌봐 온 사람이라 상괭이 진료나 구조 판단은 전문가 영역으로 남겨둡니다. 다만 한 가지는 경험으로 압니다. 사람들이 ‘내가 직접 키우는 동물이 아니니까’라고 선을 긋는 순간, 동물은 너무 쉽게 숫자가 됩니다. 상괭이는 바다에 사는 남의 동물이 아니라, 우리가 쓰는 바다에서 같이 버티는 이웃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