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네오 피그미 코끼리를 기억해야 하는 5가지 이유

보호소 견사 청소를 하다 보면, 덩치 큰 아이들이 의외로 제일 조심스럽게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30kg 넘는 대형견도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구석으로 물러서고, 좁은 공간에서는 자기 몸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불안해합니다. 보르네오 피그미 코끼리 이야기를 볼 때마다 저는 그 장면이 먼저 떠오릅니다. 몸은 크지만, 살 곳이 좁아지면 결국 겁먹고 밀려나는 건 동물 쪽이니까요.
보르네오 피그미 코끼리는 이름 때문에 작고 귀여운 동물처럼 소비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보르네오섬에서 가장 큰 포유류이고, 현재 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종으로 평가됩니다. IUCN은 2024년 6월 27일 보르네오 코끼리를 별도 아종으로 처음 평가하면서 야생 개체 수를 약 1,000마리, 번식 가능한 성체를 약 400마리로 봤습니다. 귀여움보다 숫자가 먼저 보여야 하는 동물입니다.
1. 작다는 이름과 실제 크기는 다릅니다
보르네오 피그미 코끼리의 학명은 Elephas maximus borneensis입니다. 아시아코끼리의 아종으로 분류되며, 보통 ‘보르네오 코끼리’라고도 부릅니다. WWF 자료에 따르면 키는 대략 8.2~9.8피트, 미터로 바꾸면 약 2.5~3m 정도입니다. ‘피그미’라는 말만 듣고 강아지처럼 작은 동물을 떠올리면 완전히 빗나갑니다.
다만 다른 아시아코끼리와 비교하면 체구가 조금 작고, 귀가 비교적 크며, 꼬리가 길어서 땅에 닿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컷의 어깨높이는 본토 아시아코끼리 수컷이 약 3m까지 자라는 것에 비해 보르네오 개체는 약 2.5m 정도로 설명됩니다. 사람 눈에는 여전히 거대한 동물입니다.
2. 약 1,000마리라는 숫자는 꽤 위험합니다
보호소에서도 개체 수가 적은 품종이나 특이한 외모의 아이가 들어오면 사람들이 많이 몰립니다. 그런데 관심이 많다는 것과 안전하다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보르네오 피그미 코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희귀하다’는 말은 멋진 수식어가 아니라, 잘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IUCN은 보르네오 코끼리 전체 야생 개체 수를 약 1,000마리로 봤고, 그중 번식 가능한 성체는 약 400마리라고 설명합니다. WWF는 보르네오 코끼리 개체 수를 1,500마리 미만으로 안내합니다. 추정 방식과 시점에 따라 숫자는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많지 않습니다.
보호소에서 입양 상담할 때도 저는 숫자를 자주 말합니다. 하루 산책 1시간이 가능한지, 병원비로 한 번에 20만~50만 원이 나가도 버틸 수 있는지, 이사할 때 같이 갈 계획이 있는지 묻습니다. 동물 보호는 감정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버티는 건 숫자와 계획입니다. 야생동물 보호도 다르지 않습니다.
3. 숲이 사라지면 충돌은 늘어납니다
보르네오 피그미 코끼리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서식지 감소입니다. IUCN은 지난 40년 동안 보르네오 코끼리의 숲 서식지 약 60%가 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벌목, 상업용 팜유 농장 조성 등이 언급됩니다. 숲이 끊기면 코끼리는 먹이와 물을 찾아 더 멀리 움직여야 하고, 그 길목에서 농장과 마을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사람과 코끼리의 충돌이 생깁니다. 코끼리가 농작물을 먹거나 밟으면 주민 입장에서는 생계 피해입니다. 반대로 코끼리 입장에서는 원래 다니던 길이 농장과 도로로 바뀐 겁니다. 누가 더 나쁘냐로만 보면 해결이 잘 안 됩니다. 보호소에서도 짖는 개를 두고 “성격이 나쁘다”고 단정하면 놓치는 게 많습니다. 사실은 산책 부족, 통증, 낯선 환경, 이전 학대 경험이 섞여 있을 때가 많거든요.
4. 올가미와 도로는 조용히 다치게 합니다
WWF는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의 Lower Kinabatangan Wildlife Sanctuary에서 거주 코끼리의 약 20%가 올가미로 인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올가미는 꼭 코끼리를 노리고 놓은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작은 동물을 잡으려고 설치한 덫에 코끼리가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가볍지 않습니다. 발과 다리에 상처가 생기고, 감염이 오고, 이동이 어려워집니다.
반려동물로 치면 발바닥 패드가 찢어졌는데 계속 산책을 해야 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개는 절뚝거리면 병원에 데려갈 수라도 있습니다. 야생 코끼리는 사람이 발견하기 전까지 그대로 버팁니다. 통증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은 대체로 늦게 발견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GPS 목걸이, 이동 경로 파악, 덫 제거 같은 일이 중요합니다.
5. 우리가 보는 소비도 연결돼 있습니다
보르네오 코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팜유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팜유는 과자, 라면, 초콜릿, 빵, 화장품, 세제 같은 곳에 넓게 쓰입니다. 문제는 모든 팜유가 똑같이 나쁘다는 식으로 말하면 현실과 멀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미 많은 지역 주민이 그 산업에 기대 살고 있고, 갑자기 소비를 끊는 방식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습니다. 제품 회사가 산림 훼손을 줄이는 공급망을 공개하는지, 지속가능 팜유 인증을 쓰는지, 야생동물 보호 단체와 협력하는지 보는 겁니다. 완벽한 소비는 어렵습니다. 저도 보호소 봉사하면서 사료 성분표는 꼼꼼히 보지만, 매번 100점짜리 선택을 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모르는 척하지 않는 쪽으로 조금씩 옮겨갈 수는 있습니다.
- IUCN 보르네오 코끼리 평가: https://iucn.org/story/202406/borneo-elephants-now-classified-endangered-iucn-red-list
- WWF 보르네오 코끼리 자료: https://www.worldwildlife.org/species/elephant/asian-elephant/bornean-elephant/
입양 이야기와 야생동물 이야기는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보호소에서 자주 보는 실패는 ‘좋아서 데려왔는데 준비가 부족했던’ 경우입니다. 코끼리 보호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귀엽고 신기하다고 사진을 공유하는 것에서 멈추면, 실제로 필요한 서식지 보전과 지역사회 지원은 뒤로 밀립니다. 보르네오 피그미 코끼리는 작고 귀여운 코끼리 캐릭터가 아니라, 약 1,000마리 남은 야생의 큰 생명입니다. 저는 동물을 좋아한다는 말이 결국 공간을 남겨주는 행동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