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디팡팡 캣페스타 가기 전 꼭 챙길 5가지 기준

얼마 전 보호소 창고에서 기부 받은 고양이 간식을 분류했는데, 포장지는 예쁜데 성분표를 보니 첫 재료가 당류에 가까운 제품도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박람회에서 고양이 물건을 고르는 일은 쇼핑이기도 하지만, 결국 집에 있는 아이의 몸에 들어가고 피부에 닿는 걸 고르는 일이라고요.
궁디팡팡 캣페스타는 고양이 용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큽니다. 사료, 모래, 간식, 장난감, 스크래처, 영양제까지 종류가 많아서 초보 집사도 눈이 번쩍 뜨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현장에서 분위기에 밀려 사면 집에 와서 후회하는 물건도 생깁니다. 특히 보호소 아이들처럼 위장이 예민하거나 스트레스를 잘 받는 고양이를 오래 보다 보면, 귀여운 패키지보다 먼저 봐야 할 게 따로 있습니다.
1. 사료는 앞 5개 원료부터 봅니다
사료 부스에 가면 샘플을 많이 받게 됩니다. 이때 저는 제일 먼저 성분표의 앞 5개 원료를 봅니다. 원료명은 보통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히기 때문에, 첫 줄에 무엇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닭고기, 칠면조, 연어처럼 동물성 단백질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으면 확인하기 좋고, 단순히 육류 부산물처럼 넓게 적혀 있으면 더 물어봅니다.
성묘 기준으로 건사료 조단백은 대략 26% 이상, 조지방은 9% 이상이 최소 기준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다만 이 숫자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신장 질환, 췌장 문제, 비만, 알레르기 병력이 있으면 필요한 기준이 달라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박람회 현장 설명보다 다니는 병원 수의사와 먼저 상의하는 쪽이 맞습니다.
- 샘플은 한 번에 많이 먹이지 않고 기존 사료에 10~20% 정도만 섞기
- 사료 교체는 보통 7~10일 정도에 걸쳐 천천히 하기
- 설사, 구토, 가려움이 생기면 바로 중단하고 병원에 문의하기
보호소에서도 사료를 급하게 바꾸면 멀쩡하던 아이가 하루 이틀 만에 묽은 변을 보는 일이 있습니다. 새 사료가 나쁘다기보다, 몸이 적응할 시간이 없었던 겁니다.
2. 간식은 하루 칼로리의 10% 안쪽으로 잡습니다
궁디팡팡 캣페스타에서 가장 위험한 구역이 간식 부스일 때가 많습니다. 시식도 있고, 묶음 할인도 있고, 고양이가 좋아할 것 같은 문구도 많습니다. 그런데 간식은 말 그대로 간식입니다. 보통 하루 섭취 칼로리의 10% 이내로 보는 게 무난합니다.
예를 들어 4kg 성묘가 하루 200kcal 정도 먹는다면, 간식은 20kcal 안팎이 적당합니다. 츄르형 간식 하나가 7~15kcal 정도인 제품이 많으니, 하루에 두세 개씩 주면 금방 넘어갑니다. 특히 살이 잘 찌는 아이, 중성화 이후 활동량이 줄어든 아이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피해야 할 표시도 있습니다
사람 음식처럼 짠맛이 강한 제품, 양파나 마늘 성분이 들어간 제품, 당류가 앞쪽에 있는 제품은 고양이에게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영양제처럼 보이는 간식도 질환을 치료하는 제품은 아닙니다. 기침, 혈뇨, 식욕 저하,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있으면 간식이나 보조제로 버티지 말고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3. 모래는 먼지와 응고력, 고양이 발바닥을 같이 봅니다
모래는 집사의 코보다 고양이 코에 먼저 닿습니다. 그래서 향이 강한 제품은 저는 조심해서 봅니다. 사람에게는 좋은 향이어도 고양이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보호소에서도 향이 강한 모래를 쓰면 화장실을 참거나, 다른 곳에 실수하는 아이가 간혹 있었습니다. 물론 제 경험이고, 모든 고양이가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벤토나이트는 응고력이 좋고 익숙한 아이가 많지만 먼지가 많은 제품도 있습니다. 두부모래나 카사바 모래는 가볍고 처리 방식이 편한 경우가 있지만, 입자가 낯설면 거부하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새 모래로 바꿀 때는 기존 모래 70%, 새 모래 30% 정도로 시작해서 반응을 보는 편이 낫습니다.
- 봉투를 살짝 눌렀을 때 미세먼지가 많이 날리는지 확인
- 입자가 너무 거칠어 발바닥에 부담이 없는지 보기
- 무향 제품부터 테스트하고 향 제품은 신중하게 선택
4. 장난감과 스크래처는 내구성이 먼저입니다
귀여운 장난감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고양이 장난감은 예쁜 것보다 뜯겼을 때 위험하지 않은지가 먼저입니다. 낚싯대 줄, 작은 방울, 깃털, 접착제로 붙인 장식은 삼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혼자 놀게 두는 장난감은 부품이 쉽게 빠지지 않는지 꼭 확인합니다.
스크래처는 몸 길이보다 충분히 길어야 고양이가 등을 펴고 긁을 수 있습니다. 성묘라면 최소 45~60cm 이상은 되는 제품이 쓰기 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직형 스크래처는 흔들림이 적어야 합니다. 한 번 넘어지면 고양이가 다시 안 쓰는 일도 있습니다.
5. 현장 구매 전 집 상황을 숫자로 적어갑니다
박람회에 가기 전에는 아이 몸무게, 나이, 중성화 여부, 먹는 사료 이름, 알레르기 의심 성분, 최근 병력 정도를 휴대폰 메모에 적어두면 좋습니다. 3.8kg인지 6.2kg인지에 따라 급여량도 달라지고, 6개월령인지 8살인지에 따라 필요한 제품도 달라집니다.
특히 입양한 지 얼마 안 된 고양이라면 새 물건을 한꺼번에 들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집, 사료, 모래, 사람 냄새가 동시에 바뀌면 스트레스가 큽니다. 보호소에서 집으로 간 아이들이 처음 1~2주 동안 숨어 지내는 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 시기에 향 강한 모래, 새 간식, 새 영양제를 한꺼번에 주면 무엇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지 찾기 어렵습니다.
구매보다 기록이 남는 방문이 좋습니다
저는 궁디팡팡 캣페스타 같은 행사를 갈 때 꼭 사진을 찍어둡니다. 제품 앞면보다 성분표, 급여량, 원산지, 유통기한, 고객센터 정보를 찍습니다. 집에 와서 다시 보면 현장에서는 안 보이던 게 보입니다. 할인은 그날 끝나도, 아이 몸에 안 맞는 제품을 처리하는 시간은 훨씬 길게 남습니다.
고양이를 위해 돈을 쓰는 마음은 다들 비슷합니다. 조금 더 좋은 걸 주고 싶고, 더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죠. 다만 좋은 보호자는 많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내 고양이에게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천천히 가르는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행사장에서 양손 가득 들고 나오는 날도 좋지만, 몇 가지를 내려놓고 돌아오는 날이 오히려 더 책임 있는 선택일 때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