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티 테리어 입양 전 꼭 보는 5가지 현실 체크

보호소 견사 문을 열면, 작은 흰 개가 제일 먼저 앞발을 들고 철망을 긁을 때가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꼬리를 흔들고, 산책줄을 보자마자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죠. 웨스티 테리어, 정확히는 웨스트 하이랜드 화이트 테리어를 만날 때 제가 자주 본 첫인상입니다. 작고 하얗고 귀엽습니다. 그런데 같이 살아보면 ‘작은 장식견’보다는 ‘몸집 작은 일꾼’에 가깝습니다.
1. 웨스티 테리어는 작지만 운동량이 있습니다
웨스티 테리어는 보통 체중이 약 6.8~9kg, 수명은 대략 13~15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아파트에서 키우기 쉬운 소형견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공간은 많이 차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에너지입니다.
테리어 계열은 원래 쥐나 작은 동물을 쫓던 개라서, 냄새 맡고 파고 움직이는 욕구가 꽤 강합니다. 하루 10분 배변 산책만으로는 부족한 아이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성견 기준으로 하루 최소 40~60분은 걷고 냄새 맡을 시간이 있어야 집 안에서 짖음이나 파괴 행동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짧은 산책 2회보다 냄새 맡는 산책을 섞은 30분 이상 산책이 낫습니다.
- 리드줄 없이 풀어두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움직이는 물체를 보고 튀어나가는 아이가 있습니다.
- 공놀이만 반복하면 흥분도가 올라갈 수 있어, 노즈워크를 같이 넣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2. 하얀 털보다 피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웨스티 테리어를 검색하면 새하얀 털 사진이 먼저 나옵니다. 그런데 입양이나 분양을 고민한다면 털색보다 피부 상태를 먼저 봐야 합니다. 영국 1차 동물병원 기록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웨스티에게 피부 질환군이 흔했고, 치주 질환 15.7%, 외이염 10.6%,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6.5%, 비만 6.1% 같은 문제가 보고됐습니다.
물론 이 숫자가 우리 집 강아지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웨스티가 귀, 발, 배 쪽을 자주 핥거나 긁는다면 “원래 피부가 약한 품종이니까” 하고 넘기면 안 됩니다. 발바닥이 갈색으로 착색되고, 귀에서 냄새가 나고, 배에 붉은 반점이 반복되면 병원에서 피부 검사와 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집에서 볼 수 있는 신호
- 하루에도 여러 번 발을 핥거나 깨무는 행동
- 귀를 털거나 바닥에 비비는 행동
- 눈물 자국이 갑자기 심해지는 변화
- 목욕 후 2~3일 안에 다시 심한 냄새가 나는 경우
사실 보호소에서도 피부 문제는 관리가 어렵습니다. 여러 마리가 같이 지내고 스트레스가 높으면 더 긁습니다. 그래서 입양 후 한 달 안에 기본 건강검진을 잡고, 피부와 귀 상태를 같이 봐달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3. 사료는 단백질 이름과 지방량부터 봅니다
웨스티 테리어에게 특정 사료 하나가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피부 문제는 사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성분표 읽는 순서는 있습니다. 저는 보호소 아이들 사료를 바꿀 때도 먼저 단백질 원료 이름, 조지방, 칼로리, 급여량을 봅니다.
성견 사료라면 단백질 원료가 ‘닭고기’, ‘연어’, ‘양고기’처럼 구체적으로 적힌 제품이 관리하기 쉽습니다. 조지방은 활동량이 보통인 소형견에게 대략 10~16% 범위가 무난한 경우가 많지만, 이미 살이 찐 아이는 칼로리와 급여량이 더 중요합니다. 간식은 하루 총 섭취 열량의 10% 안쪽으로 잡는 게 기본입니다.
사료를 바꿀 때는 갑자기 바꾸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예민한 아이는 바로 설사합니다. 저는 보통 7일 정도를 잡습니다. 1~2일 차는 새 사료 25%, 3~4일 차는 50%, 5~6일 차는 75%, 7일 차에 100%로 올립니다. 중간에 묽은 변이나 구토가 생기면 속도를 늦추고, 혈변이나 반복 구토가 있으면 바로 병원입니다.
4. 짖음과 고집은 훈련 문제가 아니라 생활 설계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웨스티 테리어는 똑똑합니다. 그런데 말을 잘 듣는다는 뜻과는 조금 다릅니다. 스스로 판단하는 성향이 있고, 지루하면 짖거나 땅을 파거나 물건을 뜯을 수 있습니다. 보호소에서도 사람을 좋아하는데도 문 앞 소리에 계속 짖는 테리어들을 자주 봤습니다.
혼내서 조용하게 만드는 방식은 오래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신 짖기 전에 할 일을 주는 편이 낫습니다. 초인종 소리, 복도 발소리, 창밖 오토바이처럼 자극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소리가 날 때 매트로 가기, 보호자 보기, 간식 찾기 같은 행동을 연결하는 식입니다.
- 훈련 시간은 한 번에 5~10분 정도로 짧게 잡습니다.
- 성공률이 80%쯤 되는 쉬운 단계에서 보상을 자주 줍니다.
- 산책 부족 상태에서 짖음 훈련만 하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분리불안이 의심될 때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외출 후 침 흘림, 문 긁기, 배변 실수, 30분 이상 지속되는 울음이 반복되면 단순 버릇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행동진료 수의사나 전문 훈련사 도움을 같이 받는 편이 낫습니다.
5. 입양 전 비용과 병원 루틴을 계산해야 합니다
웨스티 테리어는 작아서 사료값이 초대형견처럼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피부, 귀, 치아 관리를 생각하면 매달 고정비를 너무 낮게 잡으면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사료, 심장사상충 예방, 외부기생충 예방, 미용 또는 목욕, 간식, 배변용품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귀 치료나 피부 약, 알레르기 검사, 스케일링이 붙으면 비용이 확 올라갑니다.
치아도 꼭 봐야 합니다. 소형견은 치석이 빨리 쌓이는 편이고, 앞에서 말한 연구에서도 치주 질환이 흔하게 나왔습니다. 집에서는 주 3회 이상 칫솔질을 목표로 잡고, 가능하면 매일 하는 게 좋습니다. 이미 입 냄새가 심하고 잇몸이 붉거나 피가 나면 칫솔질만으로 해결하려고 버티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중성화 시기는 아이의 몸 상태, 성별, 질병 위험, 생활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 생후 6개월 전후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모든 개에게 같은 날짜를 찍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보호소 출신이면 과거 병력이나 접종 기록이 애매한 경우가 있어서, 입양 직후 검진 때 수의사와 접종표, 중성화, 체중 관리 계획을 같이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웨스티 테리어는 분명 매력 있는 개입니다. 표정이 밝고, 사람을 웃게 만들고, 작은 몸으로 꽤 씩씩하게 삽니다. 그런데 그 씩씩함 안에는 피부를 긁는 밤, 귀 치료하러 병원 가는 주말, 짖음 때문에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하는 날도 들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까지 알고 데려가는 입양이 오래 간다고 봅니다. 귀여움으로 시작해도 괜찮지만, 결국 매일 밥그릇과 산책줄을 책임지는 쪽으로 마음이 가야 아이도 사람도 덜 흔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