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피그 입양 전 꼭 보는 5가지 숫자

보호소 창고 한쪽에 있던 작은 케이지에서 기니피그가 건초를 거의 안 먹고 펠릿만 골라 먹던 날이 아직 기억납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손도 덜 가는 동물처럼 보이는데, 막상 돌봐보면 개나 고양이와 완전히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 귀엽다는 마음만으로 데려오면 제일 먼저 막히는 게 먹이, 치아, 병원비입니다.
1. 건초는 24시간, 밥그릇보다 크게 봐야 합니다
기니피그 식단에서 가장 큰 비중은 건초입니다. 성체라면 티모시 같은 목초 건초를 항상 먹을 수 있게 둬야 합니다. 제 경험상 초보 보호자는 펠릿을 밥, 건초를 간식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건초를 오래 씹어야 장도 움직이고, 평생 자라는 어금니와 앞니도 닳습니다.
건초는 케이지 바닥에 그냥 던져두면 소변과 물에 젖기 쉽습니다. 젖은 건초는 냄새도 나고 곰팡이 위험도 생깁니다. 건초랙이나 깨끗한 코너를 따로 두고, 누렇게 바스러지는 것보다 푸른빛이 남고 먼지가 적은 것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건초를 갑자기 안 먹고 침을 흘리거나 턱을 이상하게 움직이면 치아 문제일 수 있으니 이건 집에서 버티지 말고 특수동물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2. 비타민 C는 매일 10~25mg/kg 기준으로 봅니다
기니피그는 사람처럼 비타민 C를 몸에서 충분히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매일 먹이로 받아야 합니다. 성체는 보통 하루 10~25mg/kg, 성장기나 임신, 수유, 아픈 개체는 30mg/kg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몸무게 1kg짜리 성체라면 최소 10mg은 매일 챙긴다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피망, 파슬리, 케일 같은 채소가 도움이 됩니다. 다만 채소도 갑자기 많이 주면 설사를 할 수 있습니다. 보호소에서도 새 먹이를 들일 때는 3~7일 정도 나눠서 반응을 봅니다. 비타민 C를 물에 타는 방식은 물맛이 바뀌어 물을 덜 마시는 아이가 있어서 저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펠릿에 들어 있는 비타민 C도 빛, 열, 습기에 약하고 시간이 지나며 줄어듭니다. 개봉 후 오래 둔 사료를 큰 통으로 계속 먹이는 방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3. 펠릿은 많이 주는 사료가 아니라 보충용입니다
기니피그 전용 펠릿을 써야 합니다. 토끼 사료나 햄스터 사료로 대체하면 비타민 C와 섬유질 구성이 맞지 않습니다. 성체 기준으로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하루 소량, 대략 1~2티스푼에서 권장량을 확인하는 식으로 시작하는 게 무난합니다. 펠릿을 많이 주면 건초 섭취가 줄고, 살이 붙고, 장 움직임도 나빠질 수 있습니다.
- 첫 원료가 목초 기반인지 확인합니다.
- 알록달록한 말린 과일, 씨앗, 곡물 믹스가 많은 제품은 피합니다.
- 비타민 C 강화 표시와 제조일, 유통기한을 봅니다.
- 설탕, 꿀, 요거트 드롭 같은 간식류는 자주 주지 않습니다.
사료를 바꿀 때는 기존 사료 75%, 새 사료 25%로 시작해서 며칠 간격으로 비율을 올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예전에 보호소에서 후원 사료가 바뀐 뒤 변이 물러진 아이가 있었는데, 급하게 바꾼 게 원인 중 하나로 의심됐습니다. 물론 설사가 하루 이상 이어지거나 식욕이 떨어지면 단순 사료 문제로 넘기면 안 됩니다.
4. 케이지는 작을수록 문제가 빨리 드러납니다
기니피그는 작지만 계속 움직이고 숨고 먹는 동물입니다. 한 마리도 최소 바닥 면적을 넉넉히 잡아야 하고, 두 마리라면 더 커야 합니다. 국내에서 파는 작은 철장형 케이지 중에는 실제 생활 공간으로 부족한 제품이 많습니다. 저는 바닥 면적을 볼 때 길이만 보지 않고, 은신처와 건초 공간, 화장실처럼 쓰는 구역, 뛰어다닐 빈 공간이 동시에 나오는지 봅니다.
바닥은 철망 그대로 쓰면 발바닥 염증 위험이 있습니다. 미끄럽지 않고 마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바닥재가 필요합니다. 소변 냄새가 강해졌다면 기니피그가 더러워서가 아니라 청소 주기나 환기가 안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병은 막히는 일이 있어 매일 물 나오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면 물그릇도 함께 둡니다. 단, 물그릇은 엎거나 오염시키는 아이도 있어서 자주 갈아줘야 합니다.
5. 입양 전 병원과 비용부터 찾아둬야 합니다
기니피그는 아픈 티를 늦게 내는 편입니다. 밥을 안 먹는 시간이 길어지면 장 움직임이 멈추는 쪽으로 급하게 나빠질 수 있습니다. 6~12시간 이상 먹는 양이 눈에 띄게 줄거나, 변이 거의 안 나오거나, 몸을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거나, 침 흘림과 체중 감소가 보이면 바로 병원에 연락해야 합니다. 특히 치아, 호흡기, 피부, 비뇨기 문제는 집에서 사진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체중은 주 1회 같은 시간에 재는 습관이 좋습니다. 1kg 전후의 동물에게 30~50g 감소는 그냥 넘길 숫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주방저울 하나면 충분합니다. 저는 입양 상담 때 케이지보다 먼저 가까운 특수동물 병원을 찾아봤는지 묻습니다. 야간 진료가 가능한지, 기니피그 치과 처치 경험이 있는지, 이동장으로 30~60분 안에 갈 수 있는지도 현실적인 기준입니다.
기니피그는 조용해서 쉬운 동물이 아닙니다. 소리 없이 참고, 작아서 비용이 적게 들 것 같고, 풀만 먹으면 될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런데 매일 건초를 채우고, 비타민 C를 계산하고, 변과 체중을 보는 사람에게는 꽤 많은 신호를 줍니다. 입양은 그 신호를 매일 읽겠다는 약속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