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고를 때 제가 먼저 보는 5가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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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고를 때 제가 먼저 보는 5가지 숫자

보호소 견사 청소를 끝내고 밥그릇을 걷다 보면, 같은 사료를 먹어도 어떤 아이는 변이 단단하고 어떤 아이는 바로 묽어지는 걸 봅니다. 그때마다 느낍니다. 사료는 포장지 사진보다 숫자를 먼저 봐야 한다는 걸요.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보호소에서 8년 동안 밥 주고, 산책시키고, 입양 뒤 다시 돌아온 아이들을 본 보호자 쪽 사람입니다. 그래서 병을 판단하는 말은 못 합니다. 다만 사료 봉투를 볼 때 어디부터 읽으면 덜 헤매는지는 꽤 많이 배웠습니다.

1. ‘완전균형’ 문구와 급여 대상부터 봅니다

사료 앞면에 닭고기, 연어, 저알러지 같은 말이 크게 적혀 있어도 저는 뒷면부터 봅니다. 먼저 확인하는 건 ‘완전균형’ 또는 AAFCO 기준 충족 같은 영양 적합성 문구입니다. 주식으로 먹일 사료라면 간식이 아니라, 그 사료만 먹어도 필요한 영양을 맞추도록 설계됐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다음은 연령입니다. 퍼피, 키튼, 성견, 성묘, 시니어가 따로 적힌 이유가 있습니다. 성장기 강아지와 고양이는 성체보다 단백질, 지방, 칼슘 같은 요구량이 다릅니다. 특히 대형견 퍼피는 칼슘과 에너지 과잉이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대형견 성장기용’ 표시가 있는지까지 봅니다.

  • 주식: 완전균형 또는 영양 기준 충족 문구 확인
  • 간식: 하루 섭취 열량의 10% 안쪽으로 제한
  • 성장기: 퍼피·키튼 또는 성장기용 표시 확인
  • 질환 관리 중: 처방식 여부를 병원에서 먼저 상담

2. 조단백 숫자는 수분을 빼고 비교해야 합니다

사료 성분표에서 가장 많이 보는 숫자가 조단백입니다. 그런데 건사료와 습식캔을 그대로 비교하면 착시가 생깁니다. 건사료는 수분이 보통 10% 안팎이고, 습식은 75~80%까지 갑니다. 그래서 습식 조단백 10%가 낮아 보여도 실제 건물 기준으로 계산하면 꽤 높을 수 있습니다.

계산은 어렵지 않습니다. 건물 기준 단백질은 ‘표기 단백질 ÷ (100 - 수분) × 100’입니다. 예를 들어 습식캔 단백질 10%, 수분 78%라면 10 ÷ 22 × 100, 약 45.5%입니다. 건사료 단백질 28%, 수분 10%라면 28 ÷ 90 × 100, 약 31.1%입니다. 겉으로는 건사료가 높아 보이지만 건물 기준은 습식이 더 높습니다.

그런데 단백질이 무조건 높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활동량이 많은 젊은 개와 집에서 거의 자는 노령견은 필요한 양이 다릅니다. 신장, 간, 췌장 쪽으로 진단받은 아이는 단백질이나 지방을 보호자가 마음대로 올리면 안 됩니다. 이런 경우는 사료 비교보다 혈액검사 결과를 들고 병원에서 식이를 잡는 게 먼저입니다.

3. 지방, 섬유, 열량은 변 상태와 체중으로 확인합니다

보호소에서 사료를 바꿀 때 제일 빨리 티 나는 건 변입니다. 지방이 높은 사료로 갑자기 바꾸면 묽은 변을 보는 아이가 있습니다. 반대로 섬유가 너무 안 맞으면 변 양이 지나치게 늘거나, 배변 리듬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예민한 아이는 사료 교체를 7~10일 정도 잡고 천천히 섞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 2~3일은 기존 사료 75%, 새 사료 25% 정도로 시작합니다. 괜찮으면 3~4일은 반반, 이후 새 사료 75%, 마지막에 완전히 바꿉니다. 중간에 설사, 구토, 심한 가려움, 식욕 저하가 보이면 교체를 멈추고 병원에 문의하는 게 맞습니다. 단순 적응인지, 알레르기인지, 장염인지 집에서 단정하면 위험합니다.

열량도 꼭 봐야 합니다. 사료 봉투에는 kcal/kg 또는 kcal/cup이 적혀 있습니다. 같은 한 컵이라도 어떤 사료는 320kcal, 어떤 사료는 430kcal입니다. 매일 100kcal씩 더 먹으면 작은 개나 고양이에겐 금방 체중으로 붙습니다. 특히 중성화 뒤에는 활동량과 대사 변화 때문에 살이 잘 붙는 아이가 많아서, 급여량을 10~20% 정도 줄여 시작하고 체중을 보며 조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4. 원재료명은 앞 5개만 봐도 방향이 보입니다

원재료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힙니다. 그래서 앞 5개를 보면 사료의 방향이 보입니다. 닭고기, 칠면조, 연어 같은 동물성 원료가 앞에 있는지, 곡물이나 콩류가 많은지, 지방 원료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다만 ‘고기가 첫 번째라서 무조건 좋다’는 식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생고기는 수분이 많아서 가공 뒤 비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산물’이라는 단어도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가긴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름이 너무 흐릿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동물성 지방’처럼 어떤 동물인지 알기 어려운 표현보다 ‘닭 지방’처럼 구체적인 표현이 읽기 쉽습니다. 알레르기 의심이 있는 아이는 더 그렇습니다. 원료가 자주 바뀌거나 단백질원이 여러 개인 사료는 원인 추적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 앞 5개 원재료의 단백질원 확인
  • 지방 원료가 구체적으로 적혔는지 확인
  • 알레르기 의심 시 단백질원을 단순하게 관리
  • 치료 목적 문구는 병원 상담 없이 믿고 고르지 않기

5. 좋은 사료보다 ‘내 아이에게 맞는 사료’가 먼저입니다

입양 간 아이가 새 집에서 비싼 사료를 먹고도 계속 설사해서 다시 상담 온 적이 있습니다. 사료가 나쁜 게 아니라 그 아이 장에 안 맞았던 경우였습니다. 반대로 가격이 아주 높지 않아도 변 상태, 피부, 체중, 식욕이 안정적인 사료가 있습니다. 저는 그걸 더 중요하게 봅니다.

체크는 단순하게 합니다. 2주 정도 같은 사료를 먹이며 변 상태, 구토 여부, 긁는 빈도, 눈물, 귀 냄새, 체중을 봅니다. 변은 집게로 집었을 때 형태가 유지되고 바닥에 많이 묻지 않는 정도가 대체로 안정적입니다. 체중은 가능하면 2주에 한 번 같은 시간대에 재는 게 좋습니다. 손으로 갈비뼈가 만져지지만 튀어나와 보이지 않는지도 같이 봅니다.

사료를 고를 때 광고 문구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잘 먹는지, 먹고 나서 편안한지, 변이 어떤지, 체중이 천천히 유지되는지. 보호소에서 밥그릇을 닦다 보면 결국 그 기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귀여워서 데려온 아이일수록, 매일 먹는 밥만큼은 차분하게 골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료 고를 때 제가 먼저 보는 5가지 숫자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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